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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도쿄 라이프

가을밤, 시모키타자와에서 감성 야간 산책

미오키드 2024. 10. 28.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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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공기가 코끝을 건드리는 요즘,
퇴근 후 밤공기를 즐기고자 시모키타자와 산책을 다녀왔어요
홍대의 밤거리를 연상하게 하는 듯 하면서도
어딘가 조금 더 느긋한 분위기의 매력적인 동네죠

시모키타자와 역 앞 풍경, 밤의 정취가 느껴지는 거리
시모키타자와 역 앞

오다큐선 개찰구 앞은 늘 붐비는 것 같아요
이미 어스름한 달빛이 인사하는 시간, 천천히 시모키타자와를 함께 걸어봐요

시모키타자와 이치방마치 입구의 활기찬 풍경, 다양한 상점과 사람들이 있는 거리
시모키타자와 이치방마치 입구

시모키타자와의 이치방마치부터 시작할게요
아와오도리 축제를 할 때 엄청 북적북적했던 거리였는데요,
시모키타자와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어 여러 소규모의 상점과 카페, 맛집들이 즐비해있답니다

일식집 카자망치의 외관, 전통적인 일본식 건축과 따뜻한 조명이 어우러진 모습
일식집 "카자망치"

여기는 니혼슈와 일본식 안주를 즐길 수 있는 곳인데요,
3,40대의 직장인 층부터 오래된 단골 손님들이 주 고객층이에요

어스름한 달빛 아래 한산한 시모키타자와 거리의 모습, 카페와 빈티지숍들이 조명이 반짝이는 장면
한산한 시모키타자와의 밤

낮과는 또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밤의 시모키타자와는,
소소하게 자리한 카페와 빈티지숍들, 빛바랜 간판들마저
감성적인 분위기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21년 된 치즈케이크 가게의 외관, 전통적인 일본식 간판과 아늑한 분위기의 카페
21년 된 치즈케이크 가게

카페인을 못마시지만 맛있는 카페를 즐기고 싶은 분들을 환영한다는 이 곳은
무려 21년째 사랑받고 있는 치즈케이크집이라고 하네요
손글씨로 세워둔 간판마저 일본 감성이 그득한 것 같아요
논카페인 커피를 선호하는 저에겐 꼭 가보고 싶은 가게네요

도미노피자 매장 앞에 주차된 여러 대의 자전거, 일본의 자전거 배달 문화가 드러나는 모습
도미노피자

도미노 피자 앞에 세워둔 여러대의 자전거
"배달"하면 오토바이를 떠올리게 되는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자전거 배달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프렌치 레스토랑 디를페보 앞, 조명이 따뜻하게 비추는 조용한 거리의 모습
프렌치 레스토랑 "ディルフェボー"

평일 늦은 밤이라서 거리가 한산했는데
오히려 가을의 밤공기를 느끼며 걸을 수 있어서 전 너무 좋았어요
혼자서 이 생각 저 생각 하면서 걸을 수 있고,
누군가를 배려하지도, 눈치보지도 않아도 되는
온전히 나만의 산책시간

교자 가게 외관, 전통적인 일본식 인테리어와 고객들이 앉아 있는 모습
교자 가게

문득 걷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속 문장이 떠올랐어요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모든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저, 그 자리에 머물렀던 흔적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의미의 구절.
마음이 소란스러울 때는 이렇게 천천히 걷는것이
생각 정리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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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키타자와의 학원 간판, 전통적인 일본식 디자인이 돋보이는 모습
학원간판

걷다보면 학원 간판도 보이고요

골목에서 밤 산책하는 모습
골목골목 밤 산책중

거리의 작은 바들이 불을 켜고 있어요
가게 안에서 흘러나오는 저마다의 음악이 잠깐잠깐 귓가를 스칩니다

모스버거 가게 정면
모스버거

밤의 시모키타자와는 조용히 마음을 다독여주는 느낌이에요
북적이던 낮과, 떠난 사람들을 배웅하는 밤

외국인 고객이 있는 펍 내부
외국인 고객이 많은 펍

지금은 이렇게 한가해보이지만 금요일이나 토요일밤이면
또 분위기가 달라져요
북적북적 젊은이들로 붐비게 되죠

아즈마 도오리 상점가에 위치한 오제키 슈퍼
아즈마 도오리 상점가에 있는 오제키 슈퍼

시모키타자와는 역 뒷편으로 주택가가 있어서인지
역 앞에 큰 오제키 슈퍼도 있어요

혼다 극장 외부 모습
혼다 극장

아직 혼다 극장에서 공연을 본 적은 없는데
언젠간 가봐야지, 하고 버킷리스트에 넣어두고만 있네요
약 400석 규모의 이 극장은 일본 내에서도 저명한 독립극장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고해요

마르셰 시모키타자와 외부 모습
마르셰 시모키타자와

저는 대학로 소극장 공연 보는것을 좋아하는데요
일본에서는 도통 어디서 봐야할까 몰랐었는데
시모키타자와에 소극장들이 많이 몰려있더라구요

소극장 '劇' 외부 모습
소극장 劇

이렇게 소극장이 있었는데, 올해가 가기전에
시모키타자와의소극장에서 연극보기를 도전해보겠습니다 ㅎㅎ

시모키타자와에 위치한 미캉 외부 모습
시모키타자와 "미캉"

ミカン은 2022년에 생긴 신식 건물이에요
철도 선로 아래에 생긴 이 곳은 꽤나 길게 이어져 있는데요,
각 국의 다양한 음식과 이자카야, 서점 등이 있는 새로운 복합공간이에요

미캉 앞 테라스에서 밤 공기를 즐기는 사람들
미캉 앞에 앉아서 밤 공기를 즐기는 사람들

특히 넓은 테라스와 큰 계단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은 장소입니다
역 바로 근처이기도 해서 늦게까지 젊은 사람들이 많았던 곳이에요

시모키타자와 미나미 상점가 거리 모습
시모키타자와 미나미 상점가

그리고 대망의 미나미 상점가!
제 생각엔 여기가 제일 번화한 곳이 아닌가 싶어요
빈티지 패션과 수제 악세사리, 예술적인 소품샵이 제일 밀집된 곳이기도 해요
맛집과 카페, 바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늦은 시간까지도 북적이는 곳이에요
제가 갔을때는 카레 축제를 하고 있었어서 카레 랜드라는 현수막도 걸려있네요

서서히 문을 닫고 있는 상점들
서서히 문을 닫는 상점들

첫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 준비를 하던 시절
야칭은 내야하는데 빨리 회사는 안 구해지고 어쩔 줄 모르던 때에,
시모키타자와의 레스토랑에서 잠시 알바를 한 적이 있었어요
늘 막차에 가까울때까지 알바를 했었던터라 시모키타자와의 밤은
저에게 너무 익숙한 풍경인데요
오랫만에 그 풍경이 그리워 걸어보았습니다

시모키타자와에 위치한 파스타 맛집 내부
시모키타자와의 파스타 맛집

여기는 정통 이탈리안 요리집이라기 보단 일식 스파게티집인데요,
나름 히스토리가 오래된 가게인데요
쫀득쫀득한 면발이 맛있다는 호평을 받는 레스토랑입니다

시모키타자와에 있는 구제샵 내부
구제샵 1

시모키타자와 하면 바로 빈티지샵이죠!
저는 패알못이지만 진정한 패션리더들에겐 성지같은 곳이
바로 시모키타자와라고 해요
오래된 디자이너 의류, 소장가치가 있는 중고 가방과 악세사리까지
독특한 패션을 완성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천국과도 같은 장소라고 합니다

구제샵에서 판매 중인 빈티지 의류
구제샵 2

또 옷 뿐만 아니라 쇼와 시대의 가구나 레코드등을 파는 빈티지 소품샵들도 많아요
저는 이번엔 산책이 목적이라서 내점하진 않았지만,
낮에 천천히 걸으면서 아이쇼핑하기에도 재밌는 곳이에요

이노카시라선 시모키타자와역 외부 모습
이노카시라선 시모키타자와역

이렇게 시모키타자와의 밤 산책을 마쳤습니다
가끔씩 정처없이 걷고 싶은 날도 있죠
 
시부야나 신주쿠는 너무 사람이 많아 북적이고,
너무 한산한 길거리는 밤에 혼자 걷기 무서운데
시모키타자와는 딱 그 발란스가 좋은 곳이라고 생각해요
 
오늘도 시모키타자와는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언제든지 걸음을 옮겨 다시 마주할 수 있는 곳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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